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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한옥 짓는 이야기 - 도리

오 즈 2016. 4. 16. 16:59

한옥 짓는 이야기(12) - 도리 -

 

 

드디어 목수 팀이 일을 시작했다.

 

창고 속 깊숙한 그늘 속에서 잠자던 나무들이 햇빛 속으로 펼쳐졌다. 마당에 종류별로 적재 해놓고 보니 이렇게 많았나 싶다. 나무 창고를 둘러싸고 있던 철판을 걷어내고 보니 창고에 환한 빛이 가득 차 방금 대패질을 한 소나무의 속살이 하얗게 눈부셨다.

 

눈가루처럼 비산하는 소나무 가루에서는 은은한 송진 향이 묻어났다.

 

아, 이래서 전통 목수들은 육송을 고집하는구나 싶었다.

 

한참동안 치목장에 서서 예쁜 소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옥을 고집했던 내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하얀 나무들이 기둥이 되고 보가되어 우리 집을 이루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빨리 그 모습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무(목재)를 원하는 모양대로 다듬는 작업을 "치목"이라 하는데, 제일 먼저 기둥과 '도리'라는 부재를 치목했다.

 

 

架構材(한옥에서 기둥, 보, 창방, 도리, 장여 등 집을 짜는 구조적인 목재)중에서 기둥과 도리에 쓰일 재목의 대패질은 다 끝나고 도리(서까래를 받치는 구조재)의 바심질이 제법 진행되었다.

 

도리는 장여(長舌, 장혀))위에 얹혀 서까래를 받는 부재인데 둥글게 다듬은 것을 굴도리라하고 네모지게 다듬으면 납도리라 한다. 굴도리는 8면체로 제재해온 부재를 대패로 깎아 둥글게 만들어야 하는데 품이 많이 들어 재래 민가에서는 대부분 납도리를 쓴다.

 

우리 집은 본채, 대문채, 보일러실(사랑채 지으려고 했던 나무로 짓게 됨)에 총 66개의 굴도리가 쓰이게 되는데 그중 50개의 도리가 바심질을 끝내고 한쪽 편에 쌓여졌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육송의 속살, 비산하는 나무 먼지 속에서 묵묵히 대패와 톱, 끌로 일하고 있는 목수들, 잘 다듬어진 나무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걸 바라보면서 한옥의 아름다움은 이런 과정까지 다 포함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색깔도 좋지만 향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