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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한옥짖기-상량식

오 즈 2016. 4. 17. 00:05

한옥짓기- 상량식

 

상량식 날짜가 다가오면서 아내는 손님, 목수들 음식준비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선 집 짓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동네 사람들도 초대해서 점심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었지만, 괜한 부담을 줄 수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공공연하게 알리기 싫어서 친척들과 이미 알고 있는 분들만 모시고 조용한 상량식을 치루기로 했다. 상량식 당일 글 쓰실 분이 오셔서 상량장여 아랫부분에 쓸 상량기문(上樑記文)은 써 주셨지만, 마룻도리(機軸, 上樑, 龍棟, 종도리, 종심도리)에 홈을 파서 넣을 상량문은 직접 쓰고 싶었다.

 

仁龍家 建築記

 

仁龍家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면 --리 --번지에 세워지는데, 350평의 부지에 본채, 대문채, 부속채를 총 60평의 규모로 착공하였다.

 

건축주의 祖父는 京字 集字를, 아버지는 春字 植字를 함자로 썼으며, 본관은 밀성(밀양)이며, 6.25 전쟁 전에 함경도 함흥에서 일가를 이루어 살았다. 은산군파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으나 남북통일이 요원하여 족보나 친인척을 찾을 길 없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어머니는 宋原 全氏(鳳心)이며, 6.25 전쟁 전에 함경도 함흥에서 4남매(仁哲, 仁淑, 英愛, 英淑)를, 피난 후 이남에서 3남매(仁伊, 英子, 仁龍)를 낳았으니, 일찍 남편을 보내고 홀몸으로 새벽엔 생선장수로, 낮엔 남의 일을 해주며 자식들을 키우고 결혼시키며 뒷바라지를 하였으니, 힘이 되어줄 일가친척 없이 가난하고 외로운 피난살이에 그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자식들이 장성하여 이제 편안한 삶을 살까 하던 차에 안타깝게도 돌아가셨으니, 정원 가운데 돌로 사모탑을 세워 어머니의 은덕을 길이길이 가슴속에 간직할까한다.

 

건축주는 가난한 피난민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형제자매들의 도움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으니, 일가친척 없이 외롭게 자란 인생을 후손에게는 물려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집을 세우고자 하니, 우리 형제들의 자식들과 후손들은 항상 사이좋게 지내며 이 뜻을 새길 것이다.

 

또한 이 뜻을 펼 수 있게 헌신적으로 내조해준 아내 林春花의 뜻을 기려 정원의 이름을 春花園으로 짓고 두고두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것이다.

(이하생략)

상량식 전에 종장여와 종도리를 가조립해보고 있다.

 

     상량문을 낭독하고

 


    종장여를 올리고 있다. 돈을 많이 꽂아야 목수들이 광목천을 빨리 당겨 올린다.

 


옛날에는 종도리에 금은보화나 엽전을 같이 넣어 후손들이 이 집을 수리할 때 쓸 수 있도록 했다한다. 우리는 현재 쓰고 있는 동전과 지폐를 종류별로 넣었다. 또 호적관련 서류와 가족사진도 넣었다.

상량이오!!

상량식은 집을 지을 때 지신(地神)과 택신(宅神)께 재난을 막아달라고 축원하는 전통 의식으로,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다음 마룻대를 올릴 때 제를 지내는 것을 말한다. 평소 친분이 있던 구의회 박의원께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상량식 진행을 맡아 주셨고, 글 쓰는 것도 평소 예(禮)를 중시하는 훌륭한 선생님을 모셔 왔다.

 

西紀 二千o年(庚寅) o月o日 未時 立柱上樑, 應 天上之五光, 備 地上之五福

 

(하늘로 부터 오광의 감응을 받으며, 땅으로 부터 오복을 누린다는 뜻)

 

오복이란 말은 중국 고대 《상서(尙書)》홍범편(洪範篇)에 맨 처음 기록 되어 있는 구절로, 옛 사람들이 인간의 행복에 대하여 정의(定義)해 놓은 고전적(古典的)인 명언(名言)이다.

오복이라 함은 수(壽) , 부(富) , 강녕(康寧) , 유호덕(攸好德) , 고종명(考終命)을 말한다.

첫째, 수(壽): 부귀도 영화도 오래 살아야,...... 둘째, 부(富): 풍족한 재물이 있으면 더욱 좋고,..... 셋째, 강녕(康寧): 행복은 건강에 의하여 좌우되므로 몸과 마음이 함께 편안해야,...... 넷째, 유호덕(攸好德): 덕(德)을 지극히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뜻인데. 오복중에서도 가장 철 학적이 면서도 인간적 의미를 내포 하고 있는 부분. 다섯째, 고종명(考終命): 건강하고 편안 무사한 삶을 제명대로 살다가 깨끗한 죽음을 맞이 하라는 뜻.

천지신명께 집 짓는 일을 고하고, 이 집에 사는 모든 후손들이 오복을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하고, 심지어 보화(寶貨)까지 상량 때 마룻보 속에 넣어두기 까지 했다는 것을 보면 예로부터 집 짓는 일은 조상들께도 엄청난 중대사였던가 보다.

 

    조촐한 손님들

 


   상량식을 마치고 연못가에서 가족 기념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