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김고금평 기자, 남형도 기자, 배성민 문화부장, 김평화 기자, 박가영 기자, 정한결 기자, 김성휘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종합)]
봉준호 감독이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배우 송강호와 포옹을 하고 있다./AFP=뉴스1
#지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 무대의 주인공은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었다. 하지만 무대 밖에서 이번 수상 소식에 가장 벅찬 감격을 느낀 사람은 단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 부회장은 지난 25년간 CJ 영화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한국영화의 글로벌 도전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괴물' '마더'의 책임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등 봉 감독과의 개인적 인연도 깊다. 이 부회장은 특히 5년 만에 칸을 찾아 기생충의 수상과 세일즈를 적극 지원하는 열정을 보였다. 다른 일정을 소화하느라 폐막식에는 참석하진 못했지만, 수상 소식을 매우 반겼다는 후문이다.
CJ그룹의 한국영화 해외진출 도전이 25년 만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26일 CJ ENM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CJ ENM은 기생충의 투자·배급사로 지난해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와 125억원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기생충은 192개국에 선 판매되며 '아가씨'(176개국)를 뛰어넘으며 역대 최고 해외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오는 30일 국내 개봉을 앞둔 가운데 흥행 기대감도 높아졌다.
이미경 CJ 부회장. /사진=뉴스1
기생충의 수상과 관련, CJ그룹의 한국영화 해외진출에 대한 노력이 마침내 결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CJ그룹은 1990년대부터 해외에서도 통하는 한국영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한 CJ는 기존 사업과 전혀 접점이 없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을 주력 사업 분야로 결정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른바 '문화사업'으로, 영화는 이러한 CJ그룹 문화영토 확장의 최전선이었다.
영화사업을 이끈 주역은 이 부회장이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미국 현지법인인 삼성아메리카의 이사로 재직하던 중 스티븐 스필버그가 창립한 영화사 '드림웍스'와 계약을 맺었다. 1995년 이재현 회장과 함께 3억 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배급권(일본 제외)을 따내며 본격적인 영화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업계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CJ 그룹의 영화에 대한 투자는 각별했다. 1998년 강변 테크노마트에 국내 첫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를 선보이며 영화관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해 국내 영화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2000년에는 영화배급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본격적인 영화 배급 사업을 시작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대기업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잇따라 포기하던 시점에 과감한 시도에 나선 것이다.
오랜 부침과 적자에도 불구, 뚝심있게 영화 투자를 지속한 CJ는 영화사업은 2009년 영화 '해운대'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첫 성과를 거뒀다. 이후 2009년과 2010년 미국과 중국, 일본에서 직접배급 사업을 시작하며 국내영화의 해외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 직접배급 사업을 시작하고 영화 '설국열차'가 전 세계 167개국에 판매되며 신기록을 세우는 등 연이은 성과가 이어졌지만,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이 부회장이 정치적 풍파를 겪어야했다. 영화 '광해' 등을 제작한 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로부터 낙인 찍혀 퇴진을 종용받았다는 의혹이 흘러나왔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건너가 일선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 부회장은 지난 22일 열린 기생충의 공식 상영에 참석하는 등 5년 만에 칸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부진을 겪은 CJ ENM의 영화 부문에 새 숨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 엔딩 크레딧에 직접 이름을 올렸다. 이 결과 기생충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7년 만에 세계 최고의 한국 영화로 선정됐다. CJ 그룹이 영화로 해외진출을 선언한 지 딱 25년 만의 결실이다.
기생충의 이번 수상으로 화려한 컴백을 전 세계에 알린 이 부회장의 다음 행보에 전 세계 영화산업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승목 기자
봉준호 감독(왼쪽)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기생충'으로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프랑스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AP/뉴시스9분간 이어진 기립박수 때부터 수상은 이미 예견돼 있었는지 모른다. 늦은 밤 한국 영화 한 편이 관객의 귀가 발걸음을 약속이나 한 듯 멈춰 세우자, 감독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집에 가자”(Let’s go home)고 외쳤던 그 순간에 세계인의 시선은 ‘황금종려상 수상’에 집중됐다.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25일(현지 시각) “월드컵 같은 순간을 경험하는 것 같아 약간 쑥스럽고 너무 기쁘다”며 “조용히 술 한 잔해야 할 것 같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네치아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기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베네치아 영화제)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봉 감독은 “마침 올해가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인데, 칸 영화제가 한국 영화에 큰 의미가 있는 선물을 줬다”며 “개인적으로 영화 감독을 꿈꾸던 어리숙한 12살 소년이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만지게 되다니…”라고 벅찬 감동을 잊지 않았다.
‘기생충’은 이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의 ‘영 아메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등 21개 주요 작품과 경쟁했다.
상영 후 외신과 평론가들의 점수는 호평 일색이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당신의 피부 아래로 파고 들어와 이빨을 박아 넣는 영화”라고 극찬했고, 칸 소식지인 스크린데일리는 쟁쟁한 거장 감독들의 작품을 제치고 최고점인 평점 3.5점(4.0 만점)을 매겼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봉 감독의 이번 작품은 역대 자신의 작품에 녹아있는 모든 장르와 철학이 한데 뒤섞였다는 점에서 ‘느닷없는’ 수상이 아니라 ‘예견된’ 수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괴물’(2006년)로 시작된 ‘판타지’에 대한 장르적 이해부터 ‘설국열차’(2013년), ‘옥자’(2017년)로 이어지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보여준 양극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서사까지 ‘종합선물세트’처럼 엮었다는 것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봉준호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프라이빗’(개인적 이야기)에서 ‘퍼블릭’(공론화)으로 가는 이행 과정의 서사를 가장 잘 전달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플롯 중심으로 제기하는 ‘신자유주의’ 비판 물결은 유럽의 가장 뜨거운 화두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칸 영화제가 주목하는 ‘가족’ 이야기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도 칸 영화제가 최근 몇 년간 주목하는 테마여서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생충’은 가족 모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박사장네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룬 블랙 코미디다.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 현상인 빈부격차의 문제를 ‘가볍게’ 다루면서도 ‘진지한’ 성찰을 모색케 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 감독은 “‘기생충’이 상을 받았지만, 내가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혼자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 수많은 위대한 한국 감독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올 한 해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중국의 장이머우와 같은 아시아의 거장을 능가하는 많은 한국의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 감독과 함께 자리한 배우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에게 이 영광을 바치겠다”며 “특히 한국영화를 응원하고 격려해준 한국 영화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힘줘 말했다.
김고금평 기자
26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 개봉을 앞둔 영화 기생충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사진=뉴스1
"황금종려상 기사보다, 스태프들 표준 계약서 작성하고 영화 찍었단 사실이 더 놀랍다."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단 희소식이 칸에서 전해진 26일, 영화계와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나온 반응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스태프들과 표준근로 계약서를 작성해 근로 시간을 모두 준수하고 만든 영화다. 황금종려상 수상 자체 뿐 아니라 영화 제작 과정까지도 조명 받는 이유다. 영화계 노동 환경이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터라 더 가치 있는 성과란 평가가 나오는 게 당연할 수 밖에 없다.
봉 감독은 기생충 제작 과정에서 언론 매체들과 인터뷰하면서 "스태프들과 '표준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영화 '설국열차'(2013년작)와 '옥자'(2017년작)를 찍으며 미국식 조합 규정에 따라 찍는 걸 배웠다고 했다. 8년간 연습한 덕에, 표준근로 계약에 맞춰 '기생충'을 찍는 게 편했다고 했다.
실제 기생충은 총 77회로 촬영을 모두 마쳤다. 근로시간 감축으로 촬영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찍은 것. 주 52시간 제도 시행 이전인 설국열차(2013년작)나 옥자(2017년작) 촬영 횟수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에 한 트위터 사용자(@Udumeori_mandu)는 "콘티와 거의 비슷한 촬영에 카메라 동선까지 이미 계산된 상태에서 촬영했다는 얘기"라고 놀라워했다.
봉 감독은 영화제작비 상승에 따른 고충이 있잖느냐는 물음에, "좋은 의미의 상승"이라 답한 바 있다. 이를 '정상화 과정'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스태프 뿐 아니라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CG(컴퓨터그래픽)를 활용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졌다. 기록적 폭염을 이어가던 지난해 여름, 집 밖에서 아이가 노는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데 너무 위험해 '블루 스크린'으로 처리했단 것. 더위가 가신 뒤 따로 촬영해 합성했다고 한다. 비용을 기꺼이 감수하더라도 배우를 보호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영화 '기생충'은 이처럼 작품성 뿐 아니라 노동환경 준수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영화계에서 장시간 노동이 관행처럼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2015년 고용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OECD 월평균 노동시간(142.16시간)보다 영화계 노동시간(311.9시간)이 169.74시간 더 길다. 한국 월평균 노동시간(171시간)보다 140.9시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시각효과를 맡은 30대 그래픽 제작 노동자 유모씨(33)는 지난 1월2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소재 자택서 숨졌다.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새벽 4시30분 집에 왔고, 오전 9시30분 숨진 채 발견됐다. 하루 평균 14시간 넘게, 주 5일 기준 73시간 넘게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12월 전국영화노동조합 설립 후 노동환경이 나아졌고, 노동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근로기준법'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지만, 고착화된 시스템 문제로 암암리에 잘 지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형도 기자
25일(현지시간) 오후 7시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봉 감독은 올해 영화 '기생충'으로 경쟁부문의 문을 두드린지 두 번째 만에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배우 송강호 등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해 직접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2006년 영화 '괴물'로 칸의 첫번째 초청을 받아 지난 2017년엔 영화 '옥자'로 장편 경쟁부문에 처음 입성했었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이 트로피를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을 몰랐다"며 "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함께 한 배우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국영화의 칸 영화제 도전사를 보면 앞서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를 받은 바 있다. 이창동 감독은 '시'로 각본상을 수상했고, 배우 전도연은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배성민 부장
(AFP=뉴스1) 포토공용 기자 =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수상은)마치 판타지 영화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현지시간으로 25일 오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제72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프랑스어로 소감을 준비하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며 영감을 받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봉 감독은 당초 객석에 앉아 있던 기생충 출연배우 송강호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다 수상호명 뒤 무대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영화인생을 돌아보며 “열두 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한 소심하고 어리석은 영화광이었다”며 “(오늘은) 마치 판타지 영화 같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 봉 감독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홍경표 촬영 감독을 비롯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한다. 또 예술가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CJ엔터테인먼트와 바른손 식구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이 영화는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단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CJ쪽은 이미경 부회장이 직접 칸 영화제로 날아와 영화제 수상을 측면에서 돕기도 했고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등 출연배우들은 수상을 예감한듯 칸에 직접 날아와 영화제 관계자들을 직접 만났다.
봉 감독은 또 “가족이 2층 어디에 있는데 못 찾겠다. 가족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열두 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길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석었던 영화광이었다”고 한 봉 감독은 “이 트로피를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상 소감을 이어가던 봉 감독은 “무엇보다 ‘기생충’은 배우들이 없었다면 찍을 수 없었다. 함께 해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특히 이 자리에 함께 해 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동반자인 송강호 님의 소감을 듣고 싶다”면서 무대에 함께 오른 송강호에게 잠시 자리를 양보했다.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들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는 말로 벅차 오르는 기쁨을 대신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25일(현지시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 최고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배성민 부장
21일 오후(현지시간)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영화제 메인 상영관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 상영됐다.25일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황금종려상)를 수상한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이자 '마더' 이후 10년 만에 만든 한국어 영화다.
봉준호 감독은 프랑스 칸 현지 등에서 영화를 소개하며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희비극"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이 출연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작품이 칸에서 첫 공개되기 전 "되게 이상한 영화다"라고 규정했다. 또한 "'기생충'에서 대부분의 사건은 집안에서 이루어지고 이 집은 수직으로 만들어졌다. 또 각각의 공간은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우리끼리 계단 시네마, 계단 영화라 불렀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공식상영을 통해 베일을 벗은 '기생충'은 지극히 한국적이지만 또한 빈과 부의 양극화라는 세계적 사회 문제를 통찰력 있게 뽑아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풍부한 은유와 상징, 유머와 페이소스, 대중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해외 매체들도 이례적으로 예외없는 호평을 쏟아내며 극찬했고 시사회에서는 8분여간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기생충'은 오는 30일 개봉해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15세 관람가, 러닝타임은 131분이다.
배성민 부장
한국 영화는 역대 칸영화제에서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처음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고, 1999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송일곤 감독의 '소풍'은 같은 해 단편부문에 출품해 최초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본상에 해당하는 경쟁 부문에서는 지난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것이 봉준호 감독 이전의 가장 큰 성과였다. 박찬욱 감독은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었다.
개인상 부문으로는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 2007년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박찬욱의 '아가씨'(2016), 봉준호의 '옥자'(2017)와 홍상수의 '그 후'(2017), 이창동의 '버닝'(2018) 등이 4년 연속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지만, 지난해까지 본상은 받지 못했다. 2016년 '아가씨'는 칸영화제 기술 부문 최고상에 해당하는 벌칸상,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벌칸상을 수상했지만, 본상 부문은 아니다. '시'의 각본상 이후에는 무려 9년 동안 본상 수상이 끊긴 상태기도 했다.
9년간의 기다림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으로 결실을 거뒀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부문), '기생충'(2019년 경쟁 부문)까지 본인의 연출작으로만 5번째 칸에 초청됐고, 이번에 처음 본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의 생애 칸 영화제 첫 본상이 황금종려상이다.
배성민 부장
지난 2000년 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장편영화 데뷔한 그는 그뒤 19년 동안 영화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도쿄!'(2008),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 문제작들을 연출했다.
1969년생인 봉준호 감독은 대구에서 출생해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 영화아카데미 11기로 평생의 업이 된 영화 작업의 기반을 닦았다.
영화 '백색인'으로 데뷔한 그는 이후 2000년 첫 상업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연출했다.
‘플란다스의 개’로도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그에게 첫 상업적 성공을 안겨준 작품은 ‘살인의 추억’이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연극 ‘날 보러 와요’를 기반으로 영화화한 ‘살인의 추억’은 80년대의 한국적 현실 등을 영화에 녹여내 관객들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이후 ‘괴물’, ‘마더’ 등으로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설국열차, 옥자 등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적 성과에 주목한 해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다.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은 예술가 집안으로도 유명하다. 아버지인 고 봉상균 전 영남대학교 미대 교수는 국립영화제작소 미술실장을 지낸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봉상균 교수는 문화공보부의 국립영화제작소에서 미술실장으로 근무하며 무대미술과 영화 자막 서체를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등 초창기 영화계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할아버지인 소설가 박태원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 등의 작품으로 알려졌던 1930 ~ 40년대의 대표적인 작가다. 문학사적으로 이태준, 이효석, 이무영 등과 9인회 동인으로 활동했던 박태원은 월북해 1970 ~ 80년대까지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1930년대 서울의 청계천변에서 살던 서민들의 생활을 사실감 있게 보여 주었다는 평가를 받는 박태원의 ‘천변풍경’은 플래시백과 교차편집 등 영화적 기법을 소설적으로 차용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도 창작노트 자체를 소설화하는 실험적인 기법으로 성과를 인정받았고 이후 여러 작가들에 의해 재창작되기도 했다. 영화감독을 꿈꿨을지 모를 청계천변 예술가의 혼이 70 ~ 80여년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프랑스 칸에서 황금종려상으로 우뚝 선 것이다.
배성민 부장
26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 개봉을 앞둔 영화 기생충 팜플랫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스1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국내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흥행 돌풍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영화 배급 업계 1위 탈환을 노리는 CJ ENM의 표정에도 미소가 번지고 있다.
26일 CJ ENM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마르코 벨로치오의 작품 등 총 21편의 경쟁작을 제치고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기생충은 CJ ENM의 올 상반기 히든카드다. 2014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미경 CJ 부회장이 직접 칸 영화제를 방문해 홍보를 펼칠 정도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CJ ENM은 이번 기생충을 통해 지난해 부진했던 영화 부문의 절치부심을 꾀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CJ ENM은 지난해 11월까지 15편의 영화로 2429만 명을 모으며 13.9%의 관객 점유율을 기록, '신과함께-인과 연', '완벽한 타인' 등으로 18.3%(3552만 명)을 기록한 롯데에 크게 밀리며 3위를 기록했다. 2003년부터 15년 간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는 점에서 흥행 참패라 할 수 있는 결과다.
반등은 순조롭다. 올 초 예상치도 않게 영화 '극한직업'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 배급점유율 35%를 차지하는 기록을 썼다. 2015년 '베테랑' 이후 CJ ENM이 4년 만에 기록한 1000만 영화다. 지난해 블록버스터급 대작들의 흥행 부진 이후 자체 기획 및 제작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방향을 바꾼 뒤 이룬 결과다. CJ ENM은 1분기 영화부문 매출액 104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했다.
기생충 역시 일찌감치 흥행조짐이 보이고 있다. CJ ENM에 따르면 전 세계 192개국에 선 판매가 결정됐다. 종전 한국영화 최다 판매 기록인 '아가씨'의 176개국을 넘어섰다.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스토리 때문이라는 평가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한국을 담은 영화지만 전 지구적으로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 있는 무언가를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국내 흥행 기대감도 커진다. 기생충은 오는 30일 국내 개봉한다. 봉준호 감독과 출연진이 28일 시사회를 열고 국내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은 26일 '알라딘'(30.4%)에 이어 20.1%의 예매율로 벌써부터 예매 2위를 달리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봉준호 감독은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감독이고, 이런 측면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내부적으로 흥행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며 "2분기 기생충을 기점으로 여름 개봉 영화인 '엑시트' 등 하반기 영화 흥행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AFP=뉴스1) 포토공용 기자 = 봉준호 감독이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배우 송강호와 포옹을 하고 있다.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는 30일 국내 개봉을 앞둔 가운데 수상 효과에 따른 관객들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한동안 영화관 스크린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생충'은 주제의식과 다양성,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의도치 않게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들처럼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 엔드 게임'은 지난 23일 기준 누적 관객수 1369만149명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상영 기간 내내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관 점유율은 최고 96%에 달했고, 하루에만 1만2000회 상영된 날도 있었다. 스크린 점유율은 한때 80%를 넘기기도 했다.
'기생충' 역시 '어벤져스: 엔드 게임' 못지않은 흥행이 예상된다. 영화 업계 전문가들은 '1000만 관객 영화'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문재인 대통령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 감독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영화 내용이) 정말 궁금하다"고 할 만큼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다.
영화관들은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 줬던 '혜택'을 '기생충'에도 줄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대자본 상업영화들의 스크린 장악에 독립·예술 영화들이 상영 기회를 상실하고, 상업영화 시장 역시 다양성을 잃게 된다는 비판이다. '기생충'도 봉 감독의 전작 '옥자'에 비해서는 제작비가 현저히 적게 들었지만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도 공정하게 유통해야"=정치권에서는 이같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스크린 독과점을 규제하는 입법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법 제정안'을 지난 15일 대표발의했다. 스크린 독과점을 원천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대기업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이 같은 계열사가 투자·배급한 영화에 상영관을 몰아주는 행위를 금지토록 했다. 우 의원은 "문화상품의 유통업자와 제작업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다양한 불공정행위가 드러나고 있다"며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협약을 체결해 자발적으로 공정한 유통환경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프라임타임'(오후1시~오후11시)에 특정 영화가 한 영화관의 스크린 50% 이상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우 의원은 오는 28일 국회에서 '한국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스크린독과점 현상과 스크린상한제 도입을 주제로 토론을 열 계획이다.
◇"동일영화 일정비율 이상 상영금지"=국회 문체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6년 대표발의한 법안을 비롯해 조승래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도종환 안'은 △동일영화의 일정비율 이상 상영금지 △1개 이상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설치 등을 골자로 한다. '조승래 안'은 독과점 비율 제한선을 '40%'로 정하는 등 극장 경영자가 특정영화 상영 비율의 상·하한을 지키도록 했고, 독립·예술영화 전용관도 1곳 이상 운영하도록 했다.
물론 과도한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회 문체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한국영화의 발전 기반을 강화하고자 하는 입법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예술·독립영화 부문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영역으로 이를 민간 상업시설인 복합상영관에 강제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복합상영관에 예술·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을 지정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는 규제로 작용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배급과 상영을 분리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또다른 국회 관계자는 "영화관은 관객 선호도에 따라 스크린을 배정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라며 "관객 선호도를 무시한 채 자체 또는 계열사 배급영화에 차별적으로 스크린을 배정하는 일은 오히려 극장의 이익을 극대화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평화 기자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사진=뉴스1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25일 오후 7시1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건네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날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심사위원 만장 일치로 '기생충'에 상을 줬다"고 밝혔다.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봉 감독은 "이런 상황을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불어 준비를 못 했다. 불어 연습은 제대로 못 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앙리 조루즈 클루조, 클로드 샤브롤 두 분께 감사드린다"며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되게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나와 함께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기에 가능했고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최세연, 김서영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게 해 준 바른손과 CJ에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이자 '마더' 이후 10년 만에 만든 한국어 영화다. 봉 감독은 프랑스 칸 현지 등에서 영화를 소개하며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희비극"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또 봉 감독은 '기생충'이 칸에서 첫 공개되기 전 "되게 이상한 영화다"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 현상인 빈부격차의 문제를 다룬다. 칸 국제영화제 공식상영을 통해 베일을 벗은 '기생충'은 지극히 한국적이지만 또한 빈과 부의 양극화라는 세계적 사회 문제를 통찰력 있게 뽑아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뜨거운 화제작이 된 '기생충'은 오는 30일 국내 개봉한다. 15세 관람가로 러닝타임은 131분이다.
박가영 기자
25일(현지시간)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고 주먹을 불끈 쥔 봉준호 감독. /칸=AP/뉴시스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를린, 베네치아)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베네치아영화제) 이후 처음이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한국영화 100년’ 역사에 귀중한 이정표 하나가 세워졌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와 인연이 깊지 않다는 점에서 최고상 수상이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봉 감독이 칸 영화제에 수상이 중요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은 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에 이어 이번 ‘기생충’이 두 번째이기 때문.
경쟁 부분 초청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수상의 기회도 적다는 것이 지금까지 국제 영화제가 보여준 관례였다. 김기덕과 이창동 같은 감독들은 국제 영화제 인연도 그만큼 깊었다.
봉 감독은 그러나 2011년 제64회 칸영화제에 ‘의미 있는 자리’를 맡으면서 자타공인 내공 있는 감독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했다. 소위 ‘신인 감독’ 1명에게 상을 주는 ‘황금카메라’ 상의 심사위원장에 위촉된 것이다. 칸 영화제에 자주 드나드는 감독은 아니었으나, 한번 가면 화제에 오르는 무게 있는 감독으로 소문이 난 셈이다.
실제 그가 2006년 ‘괴물’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으로 초청되거나 2009년 ‘도쿄!’와 ‘마더’로 ‘주목할만한 시선’으로 초청될 때 ‘경쟁’ 부문이 아니어도 심사위원 및 평론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빠르게 번질 정도로 화제였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터질 게 터졌다’는 게 중론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봉 감독은 칸 ‘경쟁’ 부문에 두 번밖에 출전하지 않은 후발주자”라며 “그럼에도 갈 때마다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감독”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칸영화제가 지난 몇 년간 보여준 선호 주제와 장르가 봉 감독 작품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족과 신자유주의가 그것.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레즈비언 소재를 다룬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 이후 칸은 가족주의 테마로 옮겨가는 경향이 컸다”며 “이와 함께 양극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신자유주의 비판 주제도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은 그런 면에서 칸영화제와 가장 부합하는 주제였다. 부유한 가족과 가난한 가족 사이의 자본 문제, 가난한 이들이 지닌 ‘따뜻한 가족애’가 재미와 감동으로 엮였다는 것이다.
전 평론가는 “봉 감독은 작은 가족 이야기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보기 드문 재주를 지닌 감독”이라며 “‘기생충’은 사회적 문제의식을 장르와 결합해 종합적으로 평가받은 측면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고금평 기자
봉준호 감독이 26일(현지시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5일(현지시간)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 대해 외신들도 "좋은 작품이 상을 받았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날 프랑스 국영언론 프랑스24은 "봉 감독이 받아 마땅한(richly deserved) 상을 거머쥐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칸 영화제는 최근 몇 년간 가장 훌륭했으며, 가장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았다"면서 "기생충은 빈부격차를 다룬 훌륭한 희비극으로 이번 영화제의 마무리를 지었다"고 극찬했다.
기사를 작성한 벤자민 도드맨 기자는 "봉 감독은 여러 장르를 섞고 기존의 범주를 부정하는 데 능한 감독"이라면서 "그는 (기생충이) 너무 한국적일 것을 우려했지만 나는 영화 보는 내내 몰입하며 (감동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우스우면서도 참혹하고, 매우 아름답게 촬영된 영화"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봉준호의 시끄럽고 거친 사회풍자 영화인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면서 "한국영화로서는 처음이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 장르를 섞어 놓은 이 영화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가장 호평 받은 영화"라면서 9명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 선택임을 강조했다.
영국의 가디언도 운전에 빗대 작품을 칭찬했다. 가디언은 "(기생충은) 매끄럽게 잘 달리는 메르세데스 벤츠 같다"면서 "호화롭게 볼 수 있는 풍자 서스펜스극"이라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봉 감독이 한국영화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면서 "지난해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에 이어 아시아 감독으로는 두 번째다"고 부연했다.
봉준호 감독은 앞서 2006년 '괴물'이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처음 칸영화제에 입성했다. 2008년에는 '도쿄!', 2009년에는 '마더'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2017년에는 '옥자'로 경쟁부문에 처음으로 올랐으며 올해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차지하게 됐다.
봉 감독은 폐막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침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이라며 "칸영화제가 한국 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기생충'은 빈부격차를 그린 사회풍자 영화로,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박사장네 고액 과외 선생으로 일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다룬다.
정한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경주 안강읍 옥산리 옥산서원을 둘러본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걸 축하하고 "참 대단하다. 이번 영화 '기생충'도 너무 궁금하고 빨리 보고싶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6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기생충'이 지난 1년 제작된 세계의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매우 영예로운 일"이라며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감독부터 배우와 스텝들, 각본과 제작 모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또 "국민들을 대표해 깊이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열두살 시절부터 꾸어온 꿈을 차곡차곡 쌓아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선 '봉준호'라는 이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봉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열두살부터 영화감독의 꿈을 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한국영화 100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오늘 새벽 우리에게 전해진 종려나무 잎사귀는 그동안 우리 영화를 키워온 모든 영화인과 수준높은 관객으로 영화를 사랑해온 우리 국민들에게 의미있는 선물"이라고 축하했다. 이어 "한류 문화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성휘 기자
박 장관은 봉 감독과의 전화 통화에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온 국민과 함께 축하하며,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은 봉준호 감독 개인을 넘어 한국영화, 나아가 대한민국의 자랑”이라고 축하했다.
박 장관은 이어 “올해는 한국영화가 태동한 지 100년으로 미래 100년을 향한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한국영화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창작에서부터 제작, 유통, 상영에 이르는 생태계 전반의 종합적 관점에서 체계적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위원회’를 구성해 한국영화 학술·출판·연구 및 복원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미경의 뚝심, 25년만에 '황금종려상' 결실로
이미경 부회장, 95년 드림웍스 시작으로 글로벌 영화사업 본격 투자…2014년 '블랙리스트'로 정치풍파 겪기도봉준호 감독이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배우 송강호와 포옹을 하고 있다./AFP=뉴스1
#지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 무대의 주인공은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었다. 하지만 무대 밖에서 이번 수상 소식에 가장 벅찬 감격을 느낀 사람은 단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 부회장은 지난 25년간 CJ 영화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한국영화의 글로벌 도전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괴물' '마더'의 책임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등 봉 감독과의 개인적 인연도 깊다. 이 부회장은 특히 5년 만에 칸을 찾아 기생충의 수상과 세일즈를 적극 지원하는 열정을 보였다. 다른 일정을 소화하느라 폐막식에는 참석하진 못했지만, 수상 소식을 매우 반겼다는 후문이다.
CJ그룹의 한국영화 해외진출 도전이 25년 만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26일 CJ ENM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CJ ENM은 기생충의 투자·배급사로 지난해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와 125억원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기생충은 192개국에 선 판매되며 '아가씨'(176개국)를 뛰어넘으며 역대 최고 해외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오는 30일 국내 개봉을 앞둔 가운데 흥행 기대감도 높아졌다.
이미경 CJ 부회장. /사진=뉴스1
기생충의 수상과 관련, CJ그룹의 한국영화 해외진출에 대한 노력이 마침내 결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CJ그룹은 1990년대부터 해외에서도 통하는 한국영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한 CJ는 기존 사업과 전혀 접점이 없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을 주력 사업 분야로 결정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른바 '문화사업'으로, 영화는 이러한 CJ그룹 문화영토 확장의 최전선이었다.
영화사업을 이끈 주역은 이 부회장이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미국 현지법인인 삼성아메리카의 이사로 재직하던 중 스티븐 스필버그가 창립한 영화사 '드림웍스'와 계약을 맺었다. 1995년 이재현 회장과 함께 3억 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배급권(일본 제외)을 따내며 본격적인 영화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업계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CJ 그룹의 영화에 대한 투자는 각별했다. 1998년 강변 테크노마트에 국내 첫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를 선보이며 영화관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해 국내 영화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2000년에는 영화배급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본격적인 영화 배급 사업을 시작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대기업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잇따라 포기하던 시점에 과감한 시도에 나선 것이다.
오랜 부침과 적자에도 불구, 뚝심있게 영화 투자를 지속한 CJ는 영화사업은 2009년 영화 '해운대'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첫 성과를 거뒀다. 이후 2009년과 2010년 미국과 중국, 일본에서 직접배급 사업을 시작하며 국내영화의 해외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 직접배급 사업을 시작하고 영화 '설국열차'가 전 세계 167개국에 판매되며 신기록을 세우는 등 연이은 성과가 이어졌지만,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이 부회장이 정치적 풍파를 겪어야했다. 영화 '광해' 등을 제작한 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로부터 낙인 찍혀 퇴진을 종용받았다는 의혹이 흘러나왔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건너가 일선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 부회장은 지난 22일 열린 기생충의 공식 상영에 참석하는 등 5년 만에 칸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부진을 겪은 CJ ENM의 영화 부문에 새 숨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 엔딩 크레딧에 직접 이름을 올렸다. 이 결과 기생충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7년 만에 세계 최고의 한국 영화로 선정됐다. CJ 그룹이 영화로 해외진출을 선언한 지 딱 25년 만의 결실이다.
기생충의 이번 수상으로 화려한 컴백을 전 세계에 알린 이 부회장의 다음 행보에 전 세계 영화산업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승목 기자
‘양극화 담은 가족얘기’ 세계가 기립박수…“12살 소년이 황금종려상을 만지다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받은 ‘기생충’…국제영화제 최고상 수상은 7년만,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뽑혀봉준호 감독(왼쪽)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기생충'으로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프랑스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AP/뉴시스9분간 이어진 기립박수 때부터 수상은 이미 예견돼 있었는지 모른다. 늦은 밤 한국 영화 한 편이 관객의 귀가 발걸음을 약속이나 한 듯 멈춰 세우자, 감독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집에 가자”(Let’s go home)고 외쳤던 그 순간에 세계인의 시선은 ‘황금종려상 수상’에 집중됐다.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25일(현지 시각) “월드컵 같은 순간을 경험하는 것 같아 약간 쑥스럽고 너무 기쁘다”며 “조용히 술 한 잔해야 할 것 같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네치아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기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베네치아 영화제)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봉 감독은 “마침 올해가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인데, 칸 영화제가 한국 영화에 큰 의미가 있는 선물을 줬다”며 “개인적으로 영화 감독을 꿈꾸던 어리숙한 12살 소년이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만지게 되다니…”라고 벅찬 감동을 잊지 않았다.
‘기생충’은 이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의 ‘영 아메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등 21개 주요 작품과 경쟁했다.
상영 후 외신과 평론가들의 점수는 호평 일색이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당신의 피부 아래로 파고 들어와 이빨을 박아 넣는 영화”라고 극찬했고, 칸 소식지인 스크린데일리는 쟁쟁한 거장 감독들의 작품을 제치고 최고점인 평점 3.5점(4.0 만점)을 매겼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봉 감독의 이번 작품은 역대 자신의 작품에 녹아있는 모든 장르와 철학이 한데 뒤섞였다는 점에서 ‘느닷없는’ 수상이 아니라 ‘예견된’ 수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괴물’(2006년)로 시작된 ‘판타지’에 대한 장르적 이해부터 ‘설국열차’(2013년), ‘옥자’(2017년)로 이어지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보여준 양극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서사까지 ‘종합선물세트’처럼 엮었다는 것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봉준호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프라이빗’(개인적 이야기)에서 ‘퍼블릭’(공론화)으로 가는 이행 과정의 서사를 가장 잘 전달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플롯 중심으로 제기하는 ‘신자유주의’ 비판 물결은 유럽의 가장 뜨거운 화두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칸 영화제가 주목하는 ‘가족’ 이야기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도 칸 영화제가 최근 몇 년간 주목하는 테마여서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생충’은 가족 모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박사장네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룬 블랙 코미디다.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 현상인 빈부격차의 문제를 ‘가볍게’ 다루면서도 ‘진지한’ 성찰을 모색케 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 감독은 “‘기생충’이 상을 받았지만, 내가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혼자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 수많은 위대한 한국 감독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올 한 해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중국의 장이머우와 같은 아시아의 거장을 능가하는 많은 한국의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 감독과 함께 자리한 배우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에게 이 영광을 바치겠다”며 “특히 한국영화를 응원하고 격려해준 한국 영화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힘줘 말했다.
김고금평 기자
주52시간 지킨 '기생충', 황금종려상보다 놀랍다
스태프들과 '표준계약서' 쓰고 찍은 영화…"이제야 '정상화' 된다"는 봉준호 감독26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 개봉을 앞둔 영화 기생충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사진=뉴스1
"황금종려상 기사보다, 스태프들 표준 계약서 작성하고 영화 찍었단 사실이 더 놀랍다."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단 희소식이 칸에서 전해진 26일, 영화계와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나온 반응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스태프들과 표준근로 계약서를 작성해 근로 시간을 모두 준수하고 만든 영화다. 황금종려상 수상 자체 뿐 아니라 영화 제작 과정까지도 조명 받는 이유다. 영화계 노동 환경이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터라 더 가치 있는 성과란 평가가 나오는 게 당연할 수 밖에 없다.
봉 감독은 기생충 제작 과정에서 언론 매체들과 인터뷰하면서 "스태프들과 '표준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영화 '설국열차'(2013년작)와 '옥자'(2017년작)를 찍으며 미국식 조합 규정에 따라 찍는 걸 배웠다고 했다. 8년간 연습한 덕에, 표준근로 계약에 맞춰 '기생충'을 찍는 게 편했다고 했다.
실제 기생충은 총 77회로 촬영을 모두 마쳤다. 근로시간 감축으로 촬영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찍은 것. 주 52시간 제도 시행 이전인 설국열차(2013년작)나 옥자(2017년작) 촬영 횟수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에 한 트위터 사용자(@Udumeori_mandu)는 "콘티와 거의 비슷한 촬영에 카메라 동선까지 이미 계산된 상태에서 촬영했다는 얘기"라고 놀라워했다.
봉 감독은 영화제작비 상승에 따른 고충이 있잖느냐는 물음에, "좋은 의미의 상승"이라 답한 바 있다. 이를 '정상화 과정'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스태프 뿐 아니라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CG(컴퓨터그래픽)를 활용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졌다. 기록적 폭염을 이어가던 지난해 여름, 집 밖에서 아이가 노는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데 너무 위험해 '블루 스크린'으로 처리했단 것. 더위가 가신 뒤 따로 촬영해 합성했다고 한다. 비용을 기꺼이 감수하더라도 배우를 보호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영화 '기생충'은 이처럼 작품성 뿐 아니라 노동환경 준수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영화계에서 장시간 노동이 관행처럼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2015년 고용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OECD 월평균 노동시간(142.16시간)보다 영화계 노동시간(311.9시간)이 169.74시간 더 길다. 한국 월평균 노동시간(171시간)보다 140.9시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시각효과를 맡은 30대 그래픽 제작 노동자 유모씨(33)는 지난 1월2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소재 자택서 숨졌다.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새벽 4시30분 집에 왔고, 오전 9시30분 숨진 채 발견됐다. 하루 평균 14시간 넘게, 주 5일 기준 73시간 넘게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12월 전국영화노동조합 설립 후 노동환경이 나아졌고, 노동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근로기준법'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지만, 고착화된 시스템 문제로 암암리에 잘 지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형도 기자
봉준호 감독,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AFP=뉴스1) 포토공용 기자 = 봉준호 감독이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25일(현지시간) 오후 7시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봉 감독은 올해 영화 '기생충'으로 경쟁부문의 문을 두드린지 두 번째 만에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배우 송강호 등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해 직접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2006년 영화 '괴물'로 칸의 첫번째 초청을 받아 지난 2017년엔 영화 '옥자'로 장편 경쟁부문에 처음 입성했었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이 트로피를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을 몰랐다"며 "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함께 한 배우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국영화의 칸 영화제 도전사를 보면 앞서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를 받은 바 있다. 이창동 감독은 '시'로 각본상을 수상했고, 배우 전도연은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배성민 부장
칸 그랑프리 '기생충' 봉준호 감독 "마치 판타지 영화같다"
(AFP=뉴스1) 포토공용 기자 =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수상은)마치 판타지 영화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현지시간으로 25일 오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제72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프랑스어로 소감을 준비하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며 영감을 받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봉 감독은 당초 객석에 앉아 있던 기생충 출연배우 송강호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다 수상호명 뒤 무대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영화인생을 돌아보며 “열두 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한 소심하고 어리석은 영화광이었다”며 “(오늘은) 마치 판타지 영화 같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 봉 감독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홍경표 촬영 감독을 비롯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한다. 또 예술가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CJ엔터테인먼트와 바른손 식구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이 영화는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단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CJ쪽은 이미경 부회장이 직접 칸 영화제로 날아와 영화제 수상을 측면에서 돕기도 했고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등 출연배우들은 수상을 예감한듯 칸에 직접 날아와 영화제 관계자들을 직접 만났다.
봉 감독은 또 “가족이 2층 어디에 있는데 못 찾겠다. 가족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열두 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길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석었던 영화광이었다”고 한 봉 감독은 “이 트로피를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상 소감을 이어가던 봉 감독은 “무엇보다 ‘기생충’은 배우들이 없었다면 찍을 수 없었다. 함께 해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특히 이 자리에 함께 해 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동반자인 송강호 님의 소감을 듣고 싶다”면서 무대에 함께 오른 송강호에게 잠시 자리를 양보했다.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들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는 말로 벅차 오르는 기쁨을 대신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25일(현지시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 최고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배성민 부장
칸 황금종려상 '기생충' 어떤영화…이상한 가족희비극
21일 오후(현지시간)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영화제 메인 상영관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 상영됐다.25일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황금종려상)를 수상한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이자 '마더' 이후 10년 만에 만든 한국어 영화다.
봉준호 감독은 프랑스 칸 현지 등에서 영화를 소개하며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희비극"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이 출연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작품이 칸에서 첫 공개되기 전 "되게 이상한 영화다"라고 규정했다. 또한 "'기생충'에서 대부분의 사건은 집안에서 이루어지고 이 집은 수직으로 만들어졌다. 또 각각의 공간은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우리끼리 계단 시네마, 계단 영화라 불렀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공식상영을 통해 베일을 벗은 '기생충'은 지극히 한국적이지만 또한 빈과 부의 양극화라는 세계적 사회 문제를 통찰력 있게 뽑아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풍부한 은유와 상징, 유머와 페이소스, 대중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해외 매체들도 이례적으로 예외없는 호평을 쏟아내며 극찬했고 시사회에서는 8분여간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기생충'은 오는 30일 개봉해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15세 관람가, 러닝타임은 131분이다.
배성민 부장
한국영화 100년 칸 도전사…임권택·박찬욱부터 봉준호까지
【칸=AP/뉴시스】봉준호(오른쪽) 감독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고 있다.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2019년은 1919년 10월 27일 개봉한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 이후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해다. 한국 영화는 역대 칸영화제에서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처음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고, 1999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송일곤 감독의 '소풍'은 같은 해 단편부문에 출품해 최초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본상에 해당하는 경쟁 부문에서는 지난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것이 봉준호 감독 이전의 가장 큰 성과였다. 박찬욱 감독은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었다.
개인상 부문으로는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 2007년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박찬욱의 '아가씨'(2016), 봉준호의 '옥자'(2017)와 홍상수의 '그 후'(2017), 이창동의 '버닝'(2018) 등이 4년 연속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지만, 지난해까지 본상은 받지 못했다. 2016년 '아가씨'는 칸영화제 기술 부문 최고상에 해당하는 벌칸상,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벌칸상을 수상했지만, 본상 부문은 아니다. '시'의 각본상 이후에는 무려 9년 동안 본상 수상이 끊긴 상태기도 했다.
9년간의 기다림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으로 결실을 거뒀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부문), '기생충'(2019년 경쟁 부문)까지 본인의 연출작으로만 5번째 칸에 초청됐고, 이번에 처음 본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의 생애 칸 영화제 첫 본상이 황금종려상이다.
배성민 부장
칸 황금종려상 봉준호는…박태원 외손자·부친도 디자이너
【칸=AP/뉴시스】봉준호(왼쪽) 감독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고 배우 송강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영화 '기생충'으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된 봉준호 감독은 올해 장편영화 감독 데뷔 20년을 맞은 중견 감독이다. 지난 2000년 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장편영화 데뷔한 그는 그뒤 19년 동안 영화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도쿄!'(2008),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 문제작들을 연출했다.
1969년생인 봉준호 감독은 대구에서 출생해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 영화아카데미 11기로 평생의 업이 된 영화 작업의 기반을 닦았다.
영화 '백색인'으로 데뷔한 그는 이후 2000년 첫 상업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연출했다.
‘플란다스의 개’로도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그에게 첫 상업적 성공을 안겨준 작품은 ‘살인의 추억’이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연극 ‘날 보러 와요’를 기반으로 영화화한 ‘살인의 추억’은 80년대의 한국적 현실 등을 영화에 녹여내 관객들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이후 ‘괴물’, ‘마더’ 등으로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설국열차, 옥자 등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적 성과에 주목한 해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다.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은 예술가 집안으로도 유명하다. 아버지인 고 봉상균 전 영남대학교 미대 교수는 국립영화제작소 미술실장을 지낸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봉상균 교수는 문화공보부의 국립영화제작소에서 미술실장으로 근무하며 무대미술과 영화 자막 서체를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등 초창기 영화계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할아버지인 소설가 박태원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 등의 작품으로 알려졌던 1930 ~ 40년대의 대표적인 작가다. 문학사적으로 이태준, 이효석, 이무영 등과 9인회 동인으로 활동했던 박태원은 월북해 1970 ~ 80년대까지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1930년대 서울의 청계천변에서 살던 서민들의 생활을 사실감 있게 보여 주었다는 평가를 받는 박태원의 ‘천변풍경’은 플래시백과 교차편집 등 영화적 기법을 소설적으로 차용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도 창작노트 자체를 소설화하는 실험적인 기법으로 성과를 인정받았고 이후 여러 작가들에 의해 재창작되기도 했다. 영화감독을 꿈꿨을지 모를 청계천변 예술가의 혼이 70 ~ 80여년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프랑스 칸에서 황금종려상으로 우뚝 선 것이다.
배성민 부장
韓영화 최초 '황금종려상'…CJ ENM, '기생충' 기대감 UP
지난해 영화 부진 반등 꾀하는 CJ ENM…1분기 천만 돌풍 일으킨 '극한직업' 이어 '기생충'에 기대26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 개봉을 앞둔 영화 기생충 팜플랫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스1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국내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흥행 돌풍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영화 배급 업계 1위 탈환을 노리는 CJ ENM의 표정에도 미소가 번지고 있다.
26일 CJ ENM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마르코 벨로치오의 작품 등 총 21편의 경쟁작을 제치고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기생충은 CJ ENM의 올 상반기 히든카드다. 2014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미경 CJ 부회장이 직접 칸 영화제를 방문해 홍보를 펼칠 정도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CJ ENM은 이번 기생충을 통해 지난해 부진했던 영화 부문의 절치부심을 꾀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CJ ENM은 지난해 11월까지 15편의 영화로 2429만 명을 모으며 13.9%의 관객 점유율을 기록, '신과함께-인과 연', '완벽한 타인' 등으로 18.3%(3552만 명)을 기록한 롯데에 크게 밀리며 3위를 기록했다. 2003년부터 15년 간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는 점에서 흥행 참패라 할 수 있는 결과다.
반등은 순조롭다. 올 초 예상치도 않게 영화 '극한직업'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 배급점유율 35%를 차지하는 기록을 썼다. 2015년 '베테랑' 이후 CJ ENM이 4년 만에 기록한 1000만 영화다. 지난해 블록버스터급 대작들의 흥행 부진 이후 자체 기획 및 제작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방향을 바꾼 뒤 이룬 결과다. CJ ENM은 1분기 영화부문 매출액 104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했다.
기생충 역시 일찌감치 흥행조짐이 보이고 있다. CJ ENM에 따르면 전 세계 192개국에 선 판매가 결정됐다. 종전 한국영화 최다 판매 기록인 '아가씨'의 176개국을 넘어섰다.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스토리 때문이라는 평가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한국을 담은 영화지만 전 지구적으로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 있는 무언가를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국내 흥행 기대감도 커진다. 기생충은 오는 30일 국내 개봉한다. 봉준호 감독과 출연진이 28일 시사회를 열고 국내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은 26일 '알라딘'(30.4%)에 이어 20.1%의 예매율로 벌써부터 예매 2위를 달리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봉준호 감독은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감독이고, 이런 측면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내부적으로 흥행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며 "2분기 기생충을 기점으로 여름 개봉 영화인 '엑시트' 등 하반기 영화 흥행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칸 황금종려상, 봉준호 '기생충'…스크린 독점 없이도 흥행?
수상효과에 '흥행대박' 기대감, '스크린 독과점'으로 이어지나?…정치권 "특정영화 스크린 점유 제한" 입법 추진(AFP=뉴스1) 포토공용 기자 = 봉준호 감독이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배우 송강호와 포옹을 하고 있다.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는 30일 국내 개봉을 앞둔 가운데 수상 효과에 따른 관객들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한동안 영화관 스크린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생충'은 주제의식과 다양성,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의도치 않게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들처럼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 엔드 게임'은 지난 23일 기준 누적 관객수 1369만149명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상영 기간 내내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관 점유율은 최고 96%에 달했고, 하루에만 1만2000회 상영된 날도 있었다. 스크린 점유율은 한때 80%를 넘기기도 했다.
'기생충' 역시 '어벤져스: 엔드 게임' 못지않은 흥행이 예상된다. 영화 업계 전문가들은 '1000만 관객 영화'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문재인 대통령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 감독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영화 내용이) 정말 궁금하다"고 할 만큼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다.
영화관들은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 줬던 '혜택'을 '기생충'에도 줄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대자본 상업영화들의 스크린 장악에 독립·예술 영화들이 상영 기회를 상실하고, 상업영화 시장 역시 다양성을 잃게 된다는 비판이다. '기생충'도 봉 감독의 전작 '옥자'에 비해서는 제작비가 현저히 적게 들었지만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도 공정하게 유통해야"=정치권에서는 이같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스크린 독과점을 규제하는 입법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법 제정안'을 지난 15일 대표발의했다. 스크린 독과점을 원천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대기업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이 같은 계열사가 투자·배급한 영화에 상영관을 몰아주는 행위를 금지토록 했다. 우 의원은 "문화상품의 유통업자와 제작업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다양한 불공정행위가 드러나고 있다"며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협약을 체결해 자발적으로 공정한 유통환경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프라임타임'(오후1시~오후11시)에 특정 영화가 한 영화관의 스크린 50% 이상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우 의원은 오는 28일 국회에서 '한국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스크린독과점 현상과 스크린상한제 도입을 주제로 토론을 열 계획이다.
◇"동일영화 일정비율 이상 상영금지"=국회 문체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6년 대표발의한 법안을 비롯해 조승래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도종환 안'은 △동일영화의 일정비율 이상 상영금지 △1개 이상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설치 등을 골자로 한다. '조승래 안'은 독과점 비율 제한선을 '40%'로 정하는 등 극장 경영자가 특정영화 상영 비율의 상·하한을 지키도록 했고, 독립·예술영화 전용관도 1곳 이상 운영하도록 했다.
물론 과도한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회 문체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한국영화의 발전 기반을 강화하고자 하는 입법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예술·독립영화 부문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영역으로 이를 민간 상업시설인 복합상영관에 강제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복합상영관에 예술·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을 지정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는 규제로 작용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배급과 상영을 분리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또다른 국회 관계자는 "영화관은 관객 선호도에 따라 스크린을 배정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라며 "관객 선호도를 무시한 채 자체 또는 계열사 배급영화에 차별적으로 스크린을 배정하는 일은 오히려 극장의 이익을 극대화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평화 기자
봉준호,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영화 '기생충' 줄거리는?
봉 감독 "되게 이상한 영화"로 규정…빈부격차 문제 다뤄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사진=뉴스1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25일 오후 7시1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건네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날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심사위원 만장 일치로 '기생충'에 상을 줬다"고 밝혔다.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봉 감독은 "이런 상황을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불어 준비를 못 했다. 불어 연습은 제대로 못 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앙리 조루즈 클루조, 클로드 샤브롤 두 분께 감사드린다"며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되게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나와 함께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기에 가능했고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최세연, 김서영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게 해 준 바른손과 CJ에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이자 '마더' 이후 10년 만에 만든 한국어 영화다. 봉 감독은 프랑스 칸 현지 등에서 영화를 소개하며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희비극"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또 봉 감독은 '기생충'이 칸에서 첫 공개되기 전 "되게 이상한 영화다"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 현상인 빈부격차의 문제를 다룬다. 칸 국제영화제 공식상영을 통해 베일을 벗은 '기생충'은 지극히 한국적이지만 또한 빈과 부의 양극화라는 세계적 사회 문제를 통찰력 있게 뽑아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뜨거운 화제작이 된 '기생충'은 오는 30일 국내 개봉한다. 15세 관람가로 러닝타임은 131분이다.
박가영 기자
칸영화제 ‘경쟁’ 2번 진출 ‘후발주자’ 봉준호의 수상 비결은?
칸영화제 인연 적은 봉준호 감독, 국제영화제에서 늘 ‘화젯거리’…‘가족’과 ‘신자유주의’로 관객 사로잡아25일(현지시간)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고 주먹을 불끈 쥔 봉준호 감독. /칸=AP/뉴시스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를린, 베네치아)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베네치아영화제) 이후 처음이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한국영화 100년’ 역사에 귀중한 이정표 하나가 세워졌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와 인연이 깊지 않다는 점에서 최고상 수상이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봉 감독이 칸 영화제에 수상이 중요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은 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에 이어 이번 ‘기생충’이 두 번째이기 때문.
경쟁 부분 초청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수상의 기회도 적다는 것이 지금까지 국제 영화제가 보여준 관례였다. 김기덕과 이창동 같은 감독들은 국제 영화제 인연도 그만큼 깊었다.
봉 감독은 그러나 2011년 제64회 칸영화제에 ‘의미 있는 자리’를 맡으면서 자타공인 내공 있는 감독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했다. 소위 ‘신인 감독’ 1명에게 상을 주는 ‘황금카메라’ 상의 심사위원장에 위촉된 것이다. 칸 영화제에 자주 드나드는 감독은 아니었으나, 한번 가면 화제에 오르는 무게 있는 감독으로 소문이 난 셈이다.
실제 그가 2006년 ‘괴물’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으로 초청되거나 2009년 ‘도쿄!’와 ‘마더’로 ‘주목할만한 시선’으로 초청될 때 ‘경쟁’ 부문이 아니어도 심사위원 및 평론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빠르게 번질 정도로 화제였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터질 게 터졌다’는 게 중론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봉 감독은 칸 ‘경쟁’ 부문에 두 번밖에 출전하지 않은 후발주자”라며 “그럼에도 갈 때마다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감독”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칸영화제가 지난 몇 년간 보여준 선호 주제와 장르가 봉 감독 작품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족과 신자유주의가 그것.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레즈비언 소재를 다룬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 이후 칸은 가족주의 테마로 옮겨가는 경향이 컸다”며 “이와 함께 양극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신자유주의 비판 주제도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은 그런 면에서 칸영화제와 가장 부합하는 주제였다. 부유한 가족과 가난한 가족 사이의 자본 문제, 가난한 이들이 지닌 ‘따뜻한 가족애’가 재미와 감동으로 엮였다는 것이다.
전 평론가는 “봉 감독은 작은 가족 이야기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보기 드문 재주를 지닌 감독”이라며 “‘기생충’은 사회적 문제의식을 장르와 결합해 종합적으로 평가받은 측면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고금평 기자
'기생충' 황금종려상에 외신들도 호평… "받아 마땅"
프랑스 국영 프랑스24 "우스우면서도 참혹하고, 매우 아름답게 촬영된 영화"봉준호 감독이 26일(현지시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5일(현지시간)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 대해 외신들도 "좋은 작품이 상을 받았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날 프랑스 국영언론 프랑스24은 "봉 감독이 받아 마땅한(richly deserved) 상을 거머쥐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칸 영화제는 최근 몇 년간 가장 훌륭했으며, 가장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았다"면서 "기생충은 빈부격차를 다룬 훌륭한 희비극으로 이번 영화제의 마무리를 지었다"고 극찬했다.
기사를 작성한 벤자민 도드맨 기자는 "봉 감독은 여러 장르를 섞고 기존의 범주를 부정하는 데 능한 감독"이라면서 "그는 (기생충이) 너무 한국적일 것을 우려했지만 나는 영화 보는 내내 몰입하며 (감동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우스우면서도 참혹하고, 매우 아름답게 촬영된 영화"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봉준호의 시끄럽고 거친 사회풍자 영화인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면서 "한국영화로서는 처음이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 장르를 섞어 놓은 이 영화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가장 호평 받은 영화"라면서 9명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 선택임을 강조했다.
영국의 가디언도 운전에 빗대 작품을 칭찬했다. 가디언은 "(기생충은) 매끄럽게 잘 달리는 메르세데스 벤츠 같다"면서 "호화롭게 볼 수 있는 풍자 서스펜스극"이라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봉 감독이 한국영화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면서 "지난해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에 이어 아시아 감독으로는 두 번째다"고 부연했다.
봉준호 감독은 앞서 2006년 '괴물'이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처음 칸영화제에 입성했다. 2008년에는 '도쿄!', 2009년에는 '마더'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2017년에는 '옥자'로 경쟁부문에 처음으로 올랐으며 올해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차지하게 됐다.
봉 감독은 폐막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침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이라며 "칸영화제가 한국 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기생충'은 빈부격차를 그린 사회풍자 영화로,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박사장네 고액 과외 선생으로 일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다룬다.
정한결 기자
文대통령 "봉준호 축하..'기생충' 너무 궁금해"
"배우·스텝 모두 노력하는것 잘 안다…한국영화 100년에 선물"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경주 안강읍 옥산리 옥산서원을 둘러본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걸 축하하고 "참 대단하다. 이번 영화 '기생충'도 너무 궁금하고 빨리 보고싶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6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기생충'이 지난 1년 제작된 세계의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매우 영예로운 일"이라며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감독부터 배우와 스텝들, 각본과 제작 모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또 "국민들을 대표해 깊이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열두살 시절부터 꾸어온 꿈을 차곡차곡 쌓아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선 '봉준호'라는 이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봉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열두살부터 영화감독의 꿈을 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한국영화 100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오늘 새벽 우리에게 전해진 종려나무 잎사귀는 그동안 우리 영화를 키워온 모든 영화인과 수준높은 관객으로 영화를 사랑해온 우리 국민들에게 의미있는 선물"이라고 축하했다. 이어 "한류 문화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성휘 기자
박양우 문체부 장관 "봉준호 감독 개인 넘어 대한민국의 자랑" 축하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간) 영화 ‘기생충’으로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박 장관은 봉 감독과의 전화 통화에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온 국민과 함께 축하하며,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은 봉준호 감독 개인을 넘어 한국영화, 나아가 대한민국의 자랑”이라고 축하했다.
박 장관은 이어 “올해는 한국영화가 태동한 지 100년으로 미래 100년을 향한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한국영화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창작에서부터 제작, 유통, 상영에 이르는 생태계 전반의 종합적 관점에서 체계적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위원회’를 구성해 한국영화 학술·출판·연구 및 복원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